스위스, 탈원전 정책 폐기
스위스는 전체 전력 공급 중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70%에 이를 정도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친환경 에너지 강국’이라 불리기도 하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닌 만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고 관련 기술도 뛰어납니다.
그동안 스위스는 탈원전 정책을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의회에서 원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한 후 2017년 국민투표로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했습니다.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있었던 것이죠.
이후 가동 중인 원전 4기를 폐기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11월 계획 수명을 늘려 가동 연한을 2040년까지로 연장하고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발표까지 나와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요. 탈원전 정책에 앞장서던 스위스가 왜 돌연 원전 재개를 발표한 걸까요?
스위스의 알베르티 뢰스티 에너지부 장관은 “지정학적으로 불확실한 시기에 장기적으로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는 우리의 공급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며 “이 선택지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발전 방법인 원자력 발전을 외면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배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입니다. 사실 스위스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대부분은 풍부한 수력자원을 바탕으로 한 수력발전이 60%가까이를 차지하고 있고, 원자력 발전이 35%, 태양광풍력 발전이 나머지를 차지합니다. 국제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정 상황이 지속되고, AI 기술의 확산으로 전력 수요 급증 가능성 또한 원전 카드를 다시금 들게 한 이유라고 합니다.
이탈리아도 탈원전 종료 선언
그런데 ‘탈원전’에서 ‘탈원전 폐기’로 돌아선 나라는 스위스뿐만이 아닙니다. 이탈리아도 35년만에 ‘탈원전 종료’를 선언했는데요.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이탈리아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수입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50년까지 원전이 국가 전체 전력 소비량의 11% 이상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 안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내비쳤죠. 신규 원전은 소형모듈형원전, SMR로 계획 중입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SMR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웨덴, 벨기에, 프랑스 또한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다 최근 원전 확대 정책으로 유턴했습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원자력발전
이처럼 탈원전에 가장 앞장서던 유럽 국가들은 ‘원전은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라며 앞다투어 원전 건설 및 재가동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수력발전,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는 탄소배출이 적고 위험한 물질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발전 방법인 것처럼 여겨졌으나 바람, 햇빛 등 자연 환경에 의존하기 때문에 날씨와 같은 외부변수에 따라 변동이 큽니다. 그리고 러우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진 것도 유럽의 ‘탈원전 폐기’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데이터센터 및 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도 원전 확대의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유럽을 필두로 세계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을 실현할 해결책으로 원자력발전을 확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 참고자료 ::
“탈원전 스톱” 스위스·이탈리아, 줄줄이 친원전으로 전환
중앙일보, 2024. 9. 4.
줄잇는 '탈원전 폐기'... 스위스도 7년만에 원전 금지 풀었다
조선일보, 2024. 8. 30.
'재생에너지 강국' 스위스 탈원전 철회…신규원전 허용 추진
연합뉴스, 2024.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