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 중 하나는 재생에너지의 확대입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전력은 연속적이지 않고, 환경에 따른 변동 요인이 많아 안정적인 생산에 불리하죠.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은 태양이 뜬 낮 시간에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밤이나 비 오는 날엔 불가하죠. 따라서 재생에너지를 발전할 때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저장소와 잉여 전력에 대한 활용 방안이 꼭 함께 따라야 합니다.
섹터 커플링 기술과 ESS의 현재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남은 전기를 다른 에너지로 전환해 저장∙활용하는 기술을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 기술이라 부르는데요. 예를 들어 전기, 열, 가스와 같은 서로 다른 영역(sector)의 에너지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coupling) 전력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에너지 최적화 기술을 말하죠. 지금부터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섹터 커플링 기술이 존재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먼저 ESS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재생에너지의 전력 공백을 막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저장 기술(ESS : Energy Storage System)이 필수적입니다. 앞서 든 예시를 이어 설명하자면 태양광 발전으로 낮 시간에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ESS로 저장해 두었다가 야간이나 비 오는 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ESS는 스마트 그리드(기존 전력망에 ICT 기술을 융합해 전력 생산∙전달∙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와 같은 차세대 전력망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시스템이죠. 그리고 현재까지 ESS의 핵심 요소는 배터리입니다. 스마트 그리드를 구현하는 시스템으로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 Battery ESS)을 가장 먼저 떠올리듯이요.
하지만 BESS의 경우 자체 방전이 되어 전력 저장 기간이 짧고 저장 용량이 크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드망을 활용한 장거리 전력 공급 역시 효율이 높은 편은 아니기에 재생에너지 저장 수단으로서 언제까지 BESS에만 100%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수소를 만들어 ESS로 활용하는 HESS
BESS를 보완하는 기술인 HESS(Hydrogen ESS)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수소에너지저장장치(HESS)는 재생에너지로 발전된 잉여 전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 연료를 취득해 활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수소는 사용 후 공해가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연료일 뿐 아니라 가솔린 대비 3~4배 높은 열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에너지와 달리 방전 위험이 낮고 저장성도 아주 우수합니다. 수소에너지는 향후 가정, 산업, 수송, 발전용 기기 등 우리 사회 모든 부분의 에너지원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기에 잉여 재생에너지로 수소 연료를 만들어내는 HESS 기술은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이미 실증중인 Power to H : P2H
섹터 커플링 기술 중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국내 도입이 용이한 기술로 전문가들은 P2H 기술을 꼽습니다. P2H(Power to Heat)는 잉여 재생에너지 전력을 ‘열’ 에너지 형태로 바꾸는 기술인데요. 현재 제주도 온실에서 냉난방으로 목적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이미 18.5%에 도달한 제주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풍경이라 할 수 있죠.
제주도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 발생 시 생산되는 잉여 전력으로 열에너지를 생산합니다. 복합열원(지하수열 및 공기열)을 활용한 고효율 히트펌프와 축열조(냉난방용 열 저장을 위해 마련해 둔 통)를 통한 열에너지는 온실의 파이프라인을 따라 순환하게 되고 온실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재배 작물의 생산량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농·축산업에 새로운 수익을 도모하면서 전력 효율화를 동시에 꾀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가능성 무궁무진한 Power to X : P2X
P2X는 전기에너지를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저장∙활용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P2H(Power to Heat) 그리고 전기에너지를 수소로 변환하는 P2G(Power to Gas), 전기차 충전에너지로 변환하는 P2M(Power to Mobility) 등이 있습니다. P2WE(Power to Water, Energy)는 용암해수 활용 고에너지 밀도의 해수염 기반 전력 저장 기술을 의미합니다.
현재 P2X 기술의 대세는 P2G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기에 ‘그린수소’라고도 불리며, 물을 전기분해하여 만든 수소를 기본으로 합니다. 수소는 쉽게 다른 화합물과 변환할 수 있어 P2G의 활용도는 더욱 높습니다. 예를 들어 P2G로 생산한 수소에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면 메탄이 되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가변성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하는 섹터 커플링 기술 역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전력의 수요 관리와 재생에너지의 효율 개선을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될지 기대되는 기술입니다.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3523687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