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칼럼] 내 이웃의 재생에너지

내 이웃의 재생에너지

 

한겨레 최우리 기자

 

 

기후·에너지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섣불리 재생에너지는 ‘선’이고 화석연료나 원자력 등 다른 에너지는 ‘(필요)악’이라고 구분하지 않으려 한다. 기사를 쓸 때만은 정답이 있다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의 전체 발전 비중 중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7%에 그친다는 점,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 점은 항상 기억하면서 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여름의 태양 아래에 있을 때면 자연 에너지를 좀 더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상상하곤 한다. 물론, 한국의 태양은 중동의 태양보다 덜 뜨겁고 금세 사그라질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언덕이 있는 서울 주택가 중 한 곳에 살다보니 머리 위로 쏟아져 버려지는 이 태양 에너지를 모아서 활용해보고 싶은 욕망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내 소유의 집도 아니고 일도 바빠서 재생에너지를 직접 내 삶에서 가깝게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보니,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노원 에너지제로주택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노원구청 블로그)

 

지난 7월 초 관련 내용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심재철 에너지나눔연구소장님은 에너지 절약·효율 운동을 하다가 직접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옥상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한 분이었다.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입지전적의 활동을 보여주신 분으로 손꼽힌다. 아파트 옥상에 재생에너지를 설치한 데에는 서울시의 보조금과 대기업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심 소장님의 열성적인 에너지 절약·효율화, 재생에너지 생산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심 소장님과 뜻을 함께 하며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로 아파트의 공용전기요금을 충당하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한겨레> 7월4일자 ‘아파트·공장 옥상 태양광, 치솟는 전기료 헤쳐갈 ‘볕’이 되다’라는 기사에서 소개된 이야기이다) 

 

재생에너지와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정유사들도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직영 주유소 옥상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면서 전력을 생산한 뒤 이를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에스케이에너지는 지난해 전력중개 사업도 등록했다. 심소장님과 같은 주변에 분산되어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을 모아 전력을 사고 팔면서 전력거래소와 거래하는 사업자로 성장할 가능성도 타진했기 때문이다. 정유·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들은 “탄소중립 목표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사업만으로는 미래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으로도 다각화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업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원칙이기에,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 것인지는 기업이 가장 먼저 판단하고 이를 이행하는 것 같다.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분산전원을 통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고 전기차를 충전하는 서울 
금천구

소재 1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SK 박미주유소(Ⓒ SK에너지)

 

솔직히 여전히 재생에너지가 나와 이웃의 삶에 깊이 들어와있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발전량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또 한전의 송배전망 투자와 재생에너지 시장 자체의 확대 등 전력시장 구조 개선과 관련한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있다. 그래서일까. 도심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태양광 발전시설들을 볼 때마다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자연의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옳은가, 또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까를 질문하면서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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